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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묵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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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1-06-12 16:24 조회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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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적

 

 

 

 

 

젊은이는 기적을 보고자 하였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그의 평범한 나날이 그에게는 불만이었다.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일다가 자고, 간혹 비가 오다가 그치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그는 불만이었다.

 

젊은이는 날마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도인을 찾아 나섰다.

물어서, 물어서 도인이 '도중도'라는 외딴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젊은이는 그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포구에 이르렀다.

때마침 바다에는 폭풍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객선은 닻을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하염없이 선창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젊은이는 여인숙을 찾아갔다.

배가 출항할 때까지 묵어갈 방을 얻었다.

그 방은 여인숙의 문간에 딸려 있었다.

그것도 먼저 들어 있는 손님과 합숙해야 할 처지였다.

 

젊은이는 선객과 인사를 나누었다.

"도중도에 사는 김영감이올시다."

"내륙에 사는 이총각입니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했다.

낮잠을 한숨 늘어지게 잤다.

잠에서 깨어보니 바람에 아직도 문간이 덜커덩거리고 있었다.

노인을 찾아보았다.

노인은 개울가에서 속것이며 양말 등속을 빨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데 무슨 빨래를 합니까?"

"빨래는 바람에 더 잘 마르는 걸요."

노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튿날도 바다는 파도의 뉘로 하얘ㅆ다.

젊은이는 안달 끝에 선술집을 찾았다.

술에 젖어서 돌아와 보니 노인은 웃목의 씨고구마 동이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네가 할 일이 아닙니까?"

"누가 하든 우리의 생명을 늘이는 일인걸요."

 

사흘째 되는 날에야 폭풍경보가 풀렸다.

바람이 자고 해가 높이 떠올랐다.

노인은 속옷을 갈아 입었다.

양말을 바꿔 신었다.

들창을 열어서 볕을 들였다.

씨고구마 동이에서 새순이 쏘옥 나왔다.

그러나 젊은이한테는 여전히 맛없는 하루였다.

어제와 다름없이 여전히 발에서는 고린내가 났고 내장 속에서는 술트림이 올라왔다.

 

여인숙을 나서면서 노인이 물었다.

"젊은이는 왜 그 섬에를 가자고 합니까?"

"도인을 만나고자 해서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 도인을 만나려 하십니까?"

"날마다 기적을 행하고 있다니 그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입니다."

노인이 선창쪽으로 발을 옮겨놓으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기적을 보았소이다.

어디서나 지금에 최선을 다하여 의롭게 살면 그날이 곧 기적의 새날이요, 그렇지 못하면 반복의 묵은 날입니다.

이번에 나와 함께 지낸 사흘이 당신이 보고자 한 그 도력의 전부이니 따로 더 볼 것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 가시구려." 

 

 

 

생각하는 동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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