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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묵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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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1-07-16 16:25 조회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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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매미

 

 

 

개미와 매미가 살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개미는 오직 모으는 데 온 힘과 수단을 다하며 산다. 그러나 매미는 그 반대다. 그날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다시는 못할 것처럼 맴맴맴, 열심히 노래 부르며 산다.

 

 

 

어느날 둘은 뽕나무 위에서 만났다. 매미가 먼저 물었다.

 

 

 

“개미야, 너 무엇 하러 여기에 왔니?”

 

 

 

“나는 오디를 가져가려고 왔어. 매미 너는 뭐 하려고 왔냐?”

 

 

 

“나는 은혜 많은 뽕을 찬미하러 왔지.”

 

 

 

개미가 쯧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불쌍한 매미야. 정신 좀 차려라. 이 바쁜 세상에 찬미가 다 뭔데? 어서 나랑 같이 맛있는 오디를 물어 나르자고.”

 

 

 

“불쌍하기는 네가 더 불쌍하지. 너 먹을 만큼만 가지면 됐지, 그렇게 정신없이 모아서 뭐하게?”

 

 

 

“많이 가지는 것이 힘이야. 부자에게 비굴해지지 않는 녀석을 본 적 있어?”

 

 

 

“그건 함정이야. 너무 많이 가지면 곳간이 도리어 너를 부리게 될걸.”

 

 

 

“듣기 싫어!”

 

 

 

개미는 버럭 화를 내며 떠났다.

 

 

 

개미는 계속해서 모았다. 한날 한시도 쉬지 않았다.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늘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한 곳간이 차면 또 다른 곳간을 지었다. 개미의 눈에는 오직 곳간의 빈 자리만 보였다.

 

 

 

그러나 매미는 그날의 먹이는 그날로 족했다. 작은 이슬 한 모금에도 기쁨을 느꼈다. 매미는 그 기쁨을 노래로 옮겼다. 매미의 목소리는 날로 맑아져 갔다.

 

 

 

소나기가 무섭게 내리는 날이었다. 개미와 매미는 이팝나무 허리에서 비를 피하다가 또 만났다. 이번에는 개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때? 이렇게 뇌성 벽력이 치는 날씨를 보고도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

 

 

 

“그럼. 하늘의 권능을 찬미해야지. 그런데 넌 그동안 모은 걸로 보람있는 일을 좀 하고 사니?”

 

 

 

“보람있는 일? 난 그런 일을 하기엔 아직 재산이 모자라. 곳간이 차지 않았단 말이야.”

 

 

 

“너는 도대체 얼마를 모아야 속이 편해지겠니?”

 

 

 

이야기하는 도중에 소나기가 멎었다. 개미와 매미는 다시 헤어졌다.

 

 

 

개미는 이제 무엇이든 가져가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디서고 물어갈 것이 보이지 않으면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가져갔다. 곳간을 지었고 또 지었다. 이미 가진 것은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없는 것만을 생각했다.

 

 

 

한편 매미는 어느날 거친 바위 틈에서 놀라운 보석을 발견했다. 그것은 개미가 보았을 때는 그저 하잘것없는 풀꽃이었다. 그러나 그 풀꽃은 매미가 보는 순간 금(金)보다도 더 비싼 진리로 반짝이었다.

 

 

 

매미는 엎드려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오, 신이시여. 생명은 양이 아니라 질이며 보호가 아니라 자유고 의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미와 매미는 겨울이 오기 전에 죽었다. 매미는 속의 것을 모두 노래로 다 불러 버린 뒤, 한꺼풀 남은 마지막 허물마저도 훨훨 날려버리고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일생 모으기만 한 개미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많은 곳간을 남겨두는 것이 원통했고, 자기 삶을 자기답게 살지 못한 것이 그제야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 개미의 해는 지고 없었다.

 

 

 

- 정채봉 선생의 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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