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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코로나가 드러낸 영국의 사회적 돌봄 문제 / 로버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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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0-08-10 16:31 조회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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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페이지 ㅣ 영국 버밍엄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영국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단점이 드러났다.

돌봄시설 거주자는 물론 직원들의 사망률은 평균 사망률보다 훨씬 높았다.

남성 돌봄 노동자들은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남성 노동자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2.5배 더 높다고 영국 통계청은 집계했다.

 

영국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

인구가 노령화돼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적절한 자금 지원과 균일하고 높은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영국에는 약 33만명이 거주형 돌봄시설에 있다. 전체의 80%에 이르는 돌봄시설 5110곳은 민간이나 비영리기관이 운영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달리,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사회적 돌봄에 드는 평균 비용은 연간 약 4만4천파운드(약 6800만원)다. 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돈을 내거나 재산에 비례해 기여를 해야 한다.

재산이 거의 없고 상당한 돌봄이 필요해야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돌봄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돌봄 품질위원회’(CQC)가 점검하며, 위원회는 서비스의 우수성이나 개선 필요성, 부적합성 등을 판단한다.

 

 

현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재무제표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요금은 돌봄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거주자를 후원하는 지방정부에 지불하는 현재의 요금은 돌봄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둘째, 돌봄 노동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기회가 제한되고,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경력 개발이 어렵고 이직률은 높다.

셋째, 거주형 돌봄시설의 공급이 지역적으로 불균형하고, 돌봄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나이 들고 연약한 가족을 위해 적절한 돌봄시설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리 방문해 돌봄 품질위원회의 보고서를 볼 수 있지만, 서비스 수준에 대한 스냅 사진 정도만 제공된다.

넷째,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혼란스럽고 불공평하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국민보건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지만 뇌혈관 질환으로 야기되는 치매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근본적인 방법은 단편적이고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국유화해, 이를 국민보건서비스와 합치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는 세금으로 지원되며, 시민들의 돌봄 욕구를 총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국유화를 한번에 완성하기 어렵겠지만 1940년대 병원 서비스를 국유화했듯이 돌봄시설 등을 차츰 매입해갈 수 있을 것이다.

 

국유화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독과점으로 경쟁이 줄어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겠지만 현재 시장에 양질의 돌봄 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선택의 부족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인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돌봄의 필요성은 전국적으로 비슷하고,

높은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보장하게 되면 시민들은 국가의 독점적인 서비스 제공을 지지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적 돌봄 체계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중간 대책이 필요하다.

민간이나 비영리 사업자는 국가의 품질 검사를 거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돌봄시설 거주자는 반드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또 돌봄 영역에 잘 훈련된 인력을 모집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사회적 돌봄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만큼, 사소한 개선보다 상당한 개혁을 추진하는 게 가능해졌다.

1940년대 후반과 50년대 초반 마지막 주요 복지 개혁 때는 사회적 배려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국민보건서비스와 동등한 파트너로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성숙한 복지국가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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