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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빨라진 ‘폭염 시계’가 야속한 사람들…고물가 겹친 ‘뜨거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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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2-07-05 11:54 조회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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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이 유독 힘든 사람들이 있다. 뙤약볕 한가운데서 일하거나 주거공간이 열기에 취약한 이들이다. 경유값·전기값 인상으로 선풍기·에어컨 돌리기도 부담스러운 이들은 고물가와 폭염이라는 이중고와 사투하고 있다.

 

4일 오전 10시30분. 차량에 짐을 싣기 위해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을 빠져나온 조용수씨(66)의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가 난방 설비를 설치 중인 660㎡ 면적의 부지 내 휴게실 규모는 13㎡로 대형 선풍기 1대만 설치돼 있다. 그마저도 설비 기사들은 쉬는 시간이 따로 없어 점심시간에 한 번 휴게실에 들른다. “맨 위층에서 일하는 날에는 아래로 내려오기도 힘들어요. 더우면 그늘 가서 땀 닦고 냉수 마시고 마는 거죠.”

 

인근의 한 사옥 리모델링 현장에서 일하는 최대삼씨(52)는 펄펄 끓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차량 우회’를 안내하고 있었다. 섭씨 30도의 기온에도 긴 바지와 빨간 조끼, 안전모, 두꺼운 작업화, 목장갑, 검은 덴탈마스크를 착용했다. 최씨는 “그나마 저는 나은 상황이고 건물 안이 진짜 덥다”고 했다. 공사가 한창인 건물은 파란색 안전망과 샌드위치 패널로 뒤덮여 있었다. 건물 안에서 쇠지렛대를 들고 외벽 타일을 깨부수는 사람과 전동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는 인부 등이 보였다.

 

최씨는 햇빛이 내리쬐는 날에는 40분을 근무하면 20분의 휴식이 주어진다고 했다. 10명의 노동자들이 선풍기만 놓인 조그만 휴게실 2곳에 나눠 들어가 땀을 식힌다고 했다. 최씨는 바닥에 놓인 얼린 물병을 가리키며 “물에 소금을 타먹기도 한다. 그래야 탈수가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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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백화점 주차장도 폭염에 취약하다. 냉방 시설을 가동할 수 없는 데다 차량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실외보다 덥다. 이날 서초구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만난 김모씨는 팔에 ‘쿨토시’를 착용하고, 손에 얇은 면장갑을 낀 채 얼음물 한 병을 들고 뚜벅뚜벅 걷고 있었다. 유니폼은 얇은 반팔 면남방이지만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나면 얼굴에 금세 열이 오른다. 휴게실에서 근무지까지 5분 거리인데, 걷기만 해도 몸에 땀이 난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이모씨도 “작년보다 확실히 빨리 더워졌다”며 ”쿨토시와 얼음물을 지급해주지만, 집에 가면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고 쉬게 된다“고 했다. 연신 땀을 닦는 그의 얼굴에 더위로 인한 홍조가 넓게 피어 있었다. 현장 관리자는 ”원래 2시간 일하고 1시간을 쉬는 식으로 교대하는데, 최근에 날씨가 너무 더워져 1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 식으로 근무 시스템을 바꿨다“며 ”예년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고 했다.

 

다른 백화점 주차장에서 인테리어 공사 마감을 점검하던 박준현씨(29)는 “차량 계기판에 표시되는 외부 온도가 40도 가까이 육박했다”며 “지하 2층부터 지하 4층까지 3개층 인테리어를 1시간 정도 점검했는데, 작년보다 더위가 빠르다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박씨의 얼굴과 사다리를 들쳐멘 팔에 땀방울이 가득했다.

 

화물차 기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잔인한 여름이다. 무더위에 고유가까지 겹친 ‘이중고’다. 경력 35년째인 25t 트럭기사 이해종씨(58)는 “처음 화물차를 몰 때는 ℓ당 기름값이 215원이었는데, 지금은 2200원이다. 10배 정도 오른 것”이라며 “요즘 같은 날씨에 에어컨을 안 틀고 운행은 절대 못한다. 숨쉬기도 갑갑하다”고 했다.

 

이씨는 “작년과 비교하면 기름값이 40% 올랐다. 오늘 아침에 주유를 했는데 6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기름탱크 용량이 386ℓ정도 되는데, 5시간 정도 에어컨을 틀고 운행을 했더니 280ℓ 정도 들었다”고 했다. 상하차 작업을 하고 나면 몸은 땀에 흠뻑 젖는다. 이씨는 ”500㎖ 물병을 5~6병 들고 다니는데, 한번 작업을 하고 나면 1병은 눈 깜짝할 새 비워버린다“며 ”기름값이 ℓ당 최소 500~600원은 떨어져야 살 만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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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에서 더위와 씨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판자와 가벽으로 이뤄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들은 이날 대부분 집 밖에 나와 있었다. 길거리에 자리를 깔고 눕거나 한데 모여 부채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80대 A씨는 “선풍기를 1단으로 틀어놓으면 괜찮다”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했다.

 

쪽방촌에서 8년째 살고 있는 홍모씨(70)는 “나가서 보내든 집안에만 있든 나름대로 요령껏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복도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과 집안에 있는 오래된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난다. 에어컨이 놓인 1층의 어두운 복도 겸 주방을 중심으로 방 3개가 붙어 있는 구조다. 홍씨의 방은 에어컨 바로 앞에 있고, 다른 2개의 방은 공실이다. 난방용 기름통과 맞닿아 있는 한 뼘 크기의 겹창문은 개방하면 바람 대신 석유 냄새가 들어와 열지 못한다. 변변치않은 에어컨도 종일 틀지 못하고 가까운 도서관에 가거나 지하철을 타고 멀리 다녀오곤 한다.

 

홍씨를 더 답답하게 만드는 건 치솟는 밥상물가다. 기초생활수급비 85만원에서 방세 30만원을 빼면 55만원 남는데, 이 중 식비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큰 수술을 두 차례 받아 밥을 많이 먹지 못하고 육류를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그렇다. 쪽방 한구석을 차지한 TV에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이야기라도 나오면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홍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가지나 오이무침, 시금치 같은 건데 5만원어치를 사와도 금방 동난다”며 “그냥 오른 정도가 아니다. 특히 올해는 두 배는 뛴 느낌”이라고 했다.

 

출처 : 경향신문 윤경선·윤기은·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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