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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에이블리즘과 드라마 ‘우영우’ / 유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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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2-07-19 14:56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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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즘’(ableism)은 장애인 차별이나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지칭하는 용어다. 일상에서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 영원히 잠들다” 같은 뉴스 헤드라인처럼,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단력이 없을 때 흔히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장애’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장애=부족함·열등함’이라는 의미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화제몰이 중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면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주인공이다. 그간 국내에도 <굿닥터> <그것만이 내 세상> <증인> 등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에 견줘 <우영우>가 특별히 ‘좋은 드라마’로 호평받는 이유는 ‘에이블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장애인을 보호가 필요한 존재나 인간승리의 화신으로 그리는 대신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독립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우영우의 천재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가 입사 초년생으로서 사회의 평범한 일원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촘촘히 그린다. 무엇보다 ‘우영우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서사는 우리를 ‘비장애인의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케이(K)-콘텐츠는 계속 진일보하고 있다. 앞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영희 역을 실제 발달장애인 배우 정은혜씨가 맡았고, 청각장애를 가진 별이 역도 실제 농인 배우 이소별씨가 연기한 바 있다.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연기를 하는 ‘크리핑 업’(Cripping up·장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을 탈피한 이런 시도 역시 에이블리즘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각각 한가지 에피소드에만 이들 장애인 배우가 등장했지만, 머지않아 <우영우> 같은 16부작 드라마 전체를 실제 자폐 스펙트럼 배우가 연기할 날도 올 것이다. 문화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에이블리즘을 산산조각 낼 ‘그 드라마’를 기다린다.

 

출처 : 한겨레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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