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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꼭 필요한 뉴노멀, 상병수당 / 김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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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0-08-11 10:32 조회2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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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ㅣ 보건복지부 차관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삶의 방식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왔다.

중세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은 유럽인들의 신 중심 사고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었으며,

나아가 르네상스라는 사회적·문화적 대격변의 씨앗이 되었다.

 

2020년 현재, 전세계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충격과 공포 속에서 씨름하고 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 지키기는 당연한 습관이 되었다.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방역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프면 쉬자’라는 방역수칙은 지키기에 너무도 버겁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부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의 이면에는 아픈 와중에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던 근로자들의 고충이 있었다.

쉬는 동안의 고용 보장과 소득 보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상병수당은 근로자들이 아플 때 맘 편히 쉴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다.

상병수당이란 업무 외 사유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전해주는 급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950년대부터 제도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당시부터 상병수당 근거를 두고 있으나, 실시한 적은 없다.

 

지난 7월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과제 중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상병수당 도입이 선정되었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은 질병과 부상의 치료비 급여와 건강증진 사업 등 의료서비스 제공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상병수당이 도입될 경우 생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건강보장 체계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해결 과제가 있다.

2019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재정소요는 연간 8055억원에서 1조77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유급병가 등 유사 제도와의 연계, 급여 인정기준 및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 등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2021년 시범사업 모형 설계 등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2022년에는 저소득층 등 대상 시범사업을 할 계획으로, 이를 바탕으로 상병수당의 지급 방식,

지원 조건 등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참여 및 의견수렴 활성화 등을 통해 제도 수용성을 높이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사회·경제·문화적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필자가 실무 사무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업무를 담당하던 1999년,

당시만 해도 낯선 ‘상병수당’을 급여의 일종으로 명기하면서,

과연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희망적인 의구심을 가졌었다.

 

이제 ‘낯설지만 꼭 필요한’ 상병수당 제도 도입의 첫발을 내딛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건강보장체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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