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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들이 만드는 ‘전태일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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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0-09-07 09:45 조회1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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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 스물두 살의 노동자 전태일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다.

반세기가 지났다. 여전히 그의 말은 유효하다.

어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어떤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어도 인정받지 못한다.

또 어떤 노동자는 기계처럼 다뤄지다 죽어간다.

 

코로나19의 등장은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맨 먼저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다는 것을 드러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3법’ 법안 발의 운동이 시작됐다. 

전태일 3법의 알맹이는 새롭지 않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 제11조’와 ‘노조법 제2조’ 등 두 개의 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로 압축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총선 당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조할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하는 ‘전태일 2법’을 제안했고,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전태일 3법을 공약했다.

이후 민주노총과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전태일 3법’ 등을 위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여기에 진보정당,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는 올해 1월부터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청원 중

30일간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에 넘겨 심사토록 하고 있다.

예전처럼 법안을 만들어 해당 상임위 의원에게 입법 발의를 요청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기존 법이 존재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은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청원은 두 개가 올라와 있다. 오는 9월 25일까지 진행된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10만명 동의 조기달성을 자신하고 내부적으로는 2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기필코 전태일 3법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청원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노동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제11조(적용범위)에서 5인 미만의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은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체 사업장 중 60%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법 적용에서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이 적용되지 않아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사업주가 연차휴가부터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줘야 할 의무도 없다.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법적 최저선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회사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는 사용자도 비일비재하다.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파견 노동자들 역시 해고·휴일·노동시간 등을 다룬 핵심 조항에서 제외돼 있다.

개정안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조항을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바꾸도록 했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의 핵심은 두 가지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간접고용노동자가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되거나 일부만 적용받는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행 노조법은 특수고용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파견·용역) 등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을 노조법에서도 밀어내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용자로부터 지시·감독을 받지만, 근로계약이 특수 형태여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등이 해당하며 221만명에 달한다.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동조합조차 사측의 교섭거부에 가로막혀 있다.

노조법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법 핑계를 대는 것이다.

 

기업이 제3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형태인 간접고용노동자는 346만명 규모다.

현행 노조법은 원청을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할 수 없다.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 원청은 원청 노동자들을 대체 투입하거나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로 맞선다.

하지만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이 없다. 노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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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지 않게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열아홉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이 열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 하청업체의 스물넷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올해도 죽음은 계속됐다. 지난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5월에는 광주의 한 폐자재처리공장에서 스물다섯 노동자 김재순씨가 파쇄기에 끼어 숨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노동자 안전을 책임질 능력과 최종 권한을 가진 기업을 엄격히 처벌하자는 취지다.

그래야 기업들이 안전한 일터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해 평균 2400명,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죽는다.

추락이나 끼임 같은 재래형 사고 비중이 높고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난다.

2018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연구’를 보면 산안법 위반의 재범률은 약 97%로, 일반 범죄 재범률 43%의 2배를 웃돈다.

김용균재단에 따르면 중대재해사업장에 대한 처벌 중 금고 이상의 형은 0.4%에 그친다.

산재 사망 노동자 1명당 기업이 내야 하는 벌금은 평균 450만원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원청 책임이 강화됐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하급관리자에 그치고 양형이 낮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태일 3법은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다단계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의 중대재해도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원청을 처벌하도록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청원에는 ‘용균 엄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대표 청원인으로 나섰다.

그는 9월 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0만 국민동의청원 선포 기자회견’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엉망이 된 사회를 단죄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청원을 엄마 이름으로 넣었단다.

이것은 그동안 너처럼 수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을 위로하고 살아 있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허망하게 죽는 것을 막는 강력한 법이 되어야 해.”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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