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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두려움…가족도 없이 자립 내몰린 19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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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0-09-08 13:43 조회1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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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으로 내몰린 시설 퇴소 청소년 주거·취업 지원 대책 절실”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오아무개(18)양은 지난해 1월 부산의 한 보육원에서 나왔다.

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에서 머무르던 보호대상 아동은 만 18살이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보육원에서 나와 친인척들의 집을 전전했던 오양은 전북 익산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의 셰어하우스로 옮겼다.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 10명이 무료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이다.

청소년자립학교가 운영하는 청년식당에 취업한 오양은 지난 6월 원룸을 얻어 독립했다.

오양은 틈틈이 요리도 배우며 소설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청소년자립학교는 사회복지 전문가 등이 2019년 7월 설립한 시설 퇴소 청소년 자립 지원단체다.

익산시는 청소년자립학교 청년식당 청소년 직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현진 청소년자립학교 사무국장은

“아이들에게 동사무소나 은행에 가는 방법부터 화장품과 옷을 고르는 요령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자립으로 내몰리는 보육원 등 시설 퇴소 청소년들을 위한 세심한 대책이 절실하다.

7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설명을 종합하면 전국적으로 보호종료 아동은 해마다 평균 2500여명에 이른다.

2013년 2207명, 2015년 2677명, 2017년 2593명, 2019년 2587명 등이다. 이들은 보호가 종료된 뒤 5년 동안만 보호종료 아동으로 불린다.

정부는 보호종료 때 자립정착금 500만원(인천 800만원)을 주고, 3년 동안 다달이 자립수당 3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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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 연착륙을 위해선 주거지원 대책이 개선돼야 한다.

2019년 보호종료 아동 2587명 중 엘에이치(LH) 임대주택 등 정부 지원 시설에서 사는 이는 986명(38.1%)에 불과하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시설 퇴소 시점은 매년 2월인데 임대주택 입주 시점은 5~6월이어서 불편해한다”고 지적한다.

또 엘에이치에서 임대인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많아 잘 나가지 않는 집들이 임대 물량으로 나온다.

서울에 살면서 엘에이치 임대주택을 지원받았던 ㄱ(29)씨는 “세모난 모양의 전셋집에서 말 그대로 잠만 자고 다닐 정도로 열악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시설 퇴소 청소년을 위한 주택을 짓는 것도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전남 여수시는 공화동·수정동 등 한려지구 일대(13만㎡)에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국토교통부)의 하나로

시설 퇴소 청소년 주거공간(4층·48실)을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

창업 인큐베이팅 교육 시스템도 갖춰 일자리 교육도 할 예정이다.

134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공사는 내년 2월 시작된다.

김명근 여수시 재생정비팀장은 “인근에 소규모 가게 거리도 조성해 시설 퇴소 청소년들의 창업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 미리 자격증을 따도록 돕는 것도 자립을 돕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광주시아동복지협회와 광주비프렌더로타리클럽은 지난해 시설 청소년 4명에게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학원비를 지원했다.

송창금(47·드림씨엔지 대표) 광주비프렌더로타리클럽 초대 회장은 “올해엔 대상을 1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회원사 업체 40곳 중 자격증에 따라 적절한 곳에 취업을 알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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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퇴소 청소년들에게 대학 진학은 자립 수준을 높이는 든든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광주의 애육원은 2009~2019년 만기 퇴소한 90명 중 54명(60%)을 대학에 진학시켰다.

2019년 전국 시설 퇴소 아동 2598명 중 대학 진학자가 525명(20.3%)인 것에 견주면 3배가량 높은 대학 진학률이다.

김순자 전 광주애육원 생활복지과장은 “시설에서 퇴소하면 기초수급자로 등록돼 대학 학비가 무료라는 점을 활용해 대학 진학을 권유했다”고 했다.

광주애육원 출신 ㄴ(25·간호사)씨는 “후원자를 연계해 학원에도 보내주고 악기도 배우게 해 자존감을 높여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후원자가 최대 월 4만원씩 저축해주면 지방정부가 만 18살까지 같은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디딤씨앗 통장’의 기한을 결혼 적령기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는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살다가 분양조건형 공공임대로 옮겨 살도록 하는 등 가족처럼 꼼꼼하게 일러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가정을 꾸릴 때까지 사회가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임근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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