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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형제 비극’ 막을 전담공무원제 시행 됐지만, 정작 ‘전담’은 못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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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0-10-13 09:35 조회1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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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동학대 4만여건 신고…5년전의 2.3배
선도지역 118곳조차도 인력 채용 64% 그쳐
인력 부족·현장경험 전무…현장 혼란 불가피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는 전형적인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의 아동이었다.

올해 6월 천안에서 일어난 ‘여행가방 감금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

지난해 9월 인천에서 발생한 5살 남아 학대 폭행사망 사건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케이(K)방역, 케이팝 등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하나의 기준을 만든 한국 사회가 왜 아동 보호 및 아동학대 방지와 관련해선

좀처럼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제도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동을 보호하려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했고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당국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보호자’가 반대하면 사실상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와 절차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10월1일부터 민간에 위탁했던 아동학대 조사를 공공이 맡게 됐지만,

전담공무원 채용 등 준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 시행

 

정부는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수행하던 현장조사,

응급조처 등 관련 조처를 시·군·구 소속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 수행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를 시행한다.

친권 제한 등 강제력을 행사하는 업무임에도 민간이 담당하면서 현장조사 거부와 신변을 위협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조사 권한을 공공영역으로 넘기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전담공무원은 피해 아동의 보호 및 사례관리를 위해 학대행위자를 대상으로 출석·진술 및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조사할 수 있다.

학대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학대행위자로부터 피해아동을 격리하거나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등의 응급조처 권한도 주어진다.

전국 68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기존처럼 피해아동의 가족과 학대행위자 대상 상담·치료 등의 사례관리 업무를 맡는다.

 

처벌도 강화된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폭행·협박·위계·위력으로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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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갈무리

 

 

■ 녹록지 않은 전담공무원 채용…선도지역도 ‘삐끗’

 

보건복지부는 최근 천안 아동학대 사건, 인천 초등형제 사건 등이 불거지자 이 제도 시행을 애초 2022년 9월까지 완전 이원화하기로 했으나

1년 앞당겨 내년까지 모든 시·군·구에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했다.

전담공무원은 1년여 동안 아보전과 협업을 통해 현장조사 업무를 인계받게 된다.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을 아동학대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전담팀(아동보호)을 신설하고,

전담공무원 290명을 신규 채용하도록 했다.

전면 시행에 앞서 제도의 미비점 등을 파악해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선도지역 1곳당 평균 2.4명꼴로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도지역 전담공무원 채용률은 9월 말 현재 64%가량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탓에 지자체에서 방역업무에 집중하면서 채용 일정이 늦어진 탓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복지부가 기존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전담팀으로 배치하도록 했지만,

아동학대 조사 전담공무원은 신변 위협 노출 우려는 물론 24시간 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지원자가 없다.

인센티브도 없어 일선에선 기피 1순위 부서”라고 꼬집었다.

 

총액인건비 확대 외에 예산 지원도 전무하다.

이은주 경북 포항시 아동보호팀장은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할 전용전화선 설치, 녹화장비를 갖춘 상담실 운영과 출동 차량, 직원 보호 위한 신변보호체계 구축 등

인건비 외에도 아동학대 조사에 필요한 운영 예산이 소요된다”며

“정부는 총액인건비만 조금 늘려주고, 나머지 부담은 모두 기초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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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의 아들을 여행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ㄱ씨가 지난 6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인력 부족·현장조사 경험 전무…혼란

 

아동학대 사건은 오랜 시간을 두고 상담과 관찰을 해 학대 판정을 내리고,

사례관리 감독까지 해야 하는데 전담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1389건으로, 5년 전인 2014년 1만7782건보다 2.3배 늘었다.

신고 건수 가운데 최종 학대로 판단된 사례도 2014년 1만27건에서 지난해 3만45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배치된 전담공무원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7월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아동보호팀을 신설한 시흥시의 경우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560건이 접수됐다.

현재 채용했거나 채용 중인 전담공무원 6명이 연간 93건씩 현장조사 등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문주연 시흥시 아동보호팀장은 “전담공무원이 최소 10명은 돼야 아동학대 관련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에 4명 추가 증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역시 학대 의심 신고가 연간 690건 접수되는데, 신규 배치된 인력은 3명이 전부다.

기초자치단체들은 부족한 일손에 따른 업무 부담 가중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조사 경험이 없다는 전문성 부족도 우려했다.

 

채용한 인력이 아동학대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채용 자격기준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 3년 이상 아동복지분야 실무경력 등을 갖추면 된다.

우리나라에 아동학대 관련 분야만 다루는 학문이나 기관이 없어 대부분 아동복지 분야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

현재 채용된 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 관련 온라인 강의와 일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차례 대면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현장 교육과 실습이 여의치 않아서다.

복지부는 선도지역 시·군·구 전담공무원 1명과 아보전 직원 1명이 2인1조로 함께 현장조사에 투입돼

1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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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9일 ‘정치하는엄마들’이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책임자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복지부 “민간기관과 협업으로 극복할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간 내 다양한 아동학대 피해 사례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응급조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보전의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사례관리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상황별 대응 기술을 교육하고

실습할 수 있는 훈련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자가 보내는 시그널, 징후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수십년간 현장조사를 해온 아동보호 전문기관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장 경험이 없는 전담공무원이 단기간에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아보전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전담공무원의 현장조사 업무를 돕는다고 하지만,

향후 2~3년간은 업무 혼선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해 행정안전부에 내년에 420명 안팎의 전담공무원 인건비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공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나머지 일부 선도지역과 나머지 111개 시·군·구는 내년까지 기존처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조사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

조신행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군·구와 아보전, 경찰의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요한 시기”라며

“인력 확충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해 관련 부처와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김일우 기자, 전국종합 jungha98@hani.co.kr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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