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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걸어도 걸어도'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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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2-17 14:47 조회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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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 인근 한적한 해변가 마을에
의원을 열어 살아가는 한 노부부가 있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노인은
아들도 그 길을 가기를 기대한다.
사람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겁지도 않았고
이웃의 안녕을 살피며
누군가에 해를 끼지치도 않은채
저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처럼 풍상을 견디었다.
목욕탕 한구석에 떨어진 타일조각은 그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십여년전에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죽은 장남의 기일날에
온가족은 모였다.
어머니와 딸은 음식을 만들고 있고
작은 아들은 옥수수 알을 깐다.
옥수수 튀김을 먹으며
인근 밭에서 옥수수를 훔친 기억을 되살린다.

고지식한 의사 어버지가 싫어 가출한 작은 아들은 미술일을 하고
있고,
딸 하나의 남편은 자동차 세일즈맨이고
부모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아이 딸린 여자와 결혼한 아들은
새로운 가족과 부모님집을 찾았다.
이 노부부는 며느리를 어찌 맞을 것인가
호기심 가득한 손주에게
할아버지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묻는다.

아들과 어머니는 죽은 장남의 묘소를 찾았다.
내려오는 길에 노랑나비를 보자
어머니는 흰 나비가 한해를 겪고 노랑나비가 되는 것이라 했다.

딸가족의 떠난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머니는 레코드판 하나를 내밀었다.
젊은 시절에 남편과 여자 사이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담은 판이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오랜 세월 혼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것은 빛바랜 70년대 엥카 요코야마였다.
나는 이지점에서
80년도 황량한 시절에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어느 처맛밑에서
숨죽이며 들었던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가 불현듯 떠올랐다.

부모님집에서 하루를 자고
떠나는 버스 안에서
아들 부부는 이제는 점심만 먹고 가자고 하고
그로부터 수년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뒤따라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시간을 견디다
장성한 가족을 만나고
서산에 해가 기우듯이
부모님들은 뒤따라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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