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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원추리 새순이 무성한 원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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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3-27 12:19 조회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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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햇살이 연둣빛 잎새로 부서지는 즈음
남천 사이
황매화 사이의 흙들을 솎아내고
잡초를 뽑고
비료를 주고
물을 뿌린다.
그러다 깨진 조각의 돌들을 걷어낸다.
그것은
여기 뜰이 조성된 것임을 넌즈시 알리는 것이다.
그저 우두커니 있는 건물에 황량한 뜰이 쓸쓸히 있었지만
콘크리트 마당을 부수고
시든 나무를 자르고
흙을 보듬는 일이 진행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거기 텅빈 뜰을 어찌 조성하며
무엇을 심을지 고심을 거듭하였다.
봄이면
일어나는 들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리라 짐작도 못했다.
널부러진
뒷뜰에 흙을 붓고
돌을 놓자
그윽한 위로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죽은줄 알았던 분홍빛 목련에 꽃망울이 맺혔다.
재봉틀 앞에 앉았던 소녀처럼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매야했던 십대의 양희은은
병상에서 하얀 목련을 보며
아픈 가슴에는
하얀 목련이 진다.
아름다운 사랑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비로소
나는 저 건물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육개월이면 입주할 수 있다는 건물은
긴 싸움에 휘말리고
수년간 방치된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렇다.
건물은 그저 설계도면에 따라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적응과 도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늠름한 마로니에에 새순이 돋는다.
저기 들꽃들이
용솟음치는게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 하지만
무엇 하나 저절로 자라는 것은 없다.
작년 가을 느즈막에
나는
뿌리만 남겨놓은채
모조리 시든 줄기를 잘랐다.
거기서
어딘선가 날라와
찔레꽃이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형형색색의 상록패랭이는 되살아날까
두번째인가
나는
시들어가는 공작단풍에 가슴조리고 있다.
적우의 노래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가만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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