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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성곽길 아래 오래된 동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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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4-06 12:04 조회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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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성곽은 조선이 건국하여 성곽을 쌓은 것이니 돌들은 육백년의 세월을 견딘 것이다.
그 비탈진 길 아래 마을에 사는
이른 다섯의 노인이 있다.
젊은 시절에 쓰러져가는 집을 사서
목돈이 모이면 고치고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오십년이라 했다.
집마당에는 살구꽃이 피고 있었고
집은 단정하게 사는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
사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식같은 것이 있다.
어렵게 월세, 전세살이를 전전하면서 서민아파트에 입주하여
자고 일어나면 올라가는 집값을 체감하며 평수를 늘려가는 삶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삶에서 비껴가면서 살아왔지만 그것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온 삶이라 생각했다.
시장통 꽈배기집에서 만난 초로의 부부를 마주한다.
한 동네에서 살다 부부의 연을 맺고
상경하여
이곳에 뿌리를 박은지 사십년이라 했다.
부인은 밀가루 반죽을 잘라 꽈배기를 만들고
남편은 그것을 기름에 튀긴다.
아무런 군더더기가 없었다.
저 인생을 두고 자신은 배배 꼬인 인생이라 했지만
순리에 따라 자족할 줄 하는 순종하는 삶을 본다.
그저께였다.
택시운전사는 오락가락하는 봄비소식에 고향땅에 가뭄을 걱정했다.
아직도 어머니는 고향땅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것이었다.
80년대 중반에
고향 전남화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시계공장에
취업했다고 했다.
특근 잔업을 밥먹듯이 했고
기본급이 팔만오천이라 했지만 안정되자 동생들을 불려들여 대학 졸업까지 시켰다고 했다.
이제 택시 운전을 한지 이십여년이라 했지만
시흥에서 단촐한 단독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다섯형제의 맏으로
고된 서울살이에서 자기집을 갖고 사니
그것도 성공한 삶이 아니냐고 했다.
그는
한눈팔 사이도 없이
먹고살기에 바쁜 삶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날밤
원뜰의 마로니에에는 봄비가 조용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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