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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뜰의 개조를 숙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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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4-12 11:46 조회52,88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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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맞은후에
대지를 뚫고 제모습을 들어낸 비비추 옥잠화를 보는 기분은 삼삼하다.
저기 황매화는 벌써 웃자라고 있다.
수수꽃다리의 꽃내음이 원뜰에 가득하다.
영산홍 자산홍은 꽃망울을 하나둘 씩 터트리고 있다.
벌써 오년전의 일이었다.
콘크리트 마당을 부수고
흙을 채우고
가즈런히 돌을 놓으면서 원뜰을 조성했다.
세번에 걸친 조경설계가 변경되었다.
감나무을 싹둑 자르면서
나무에게는 바람의 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제서야 원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터임을 알게된다.
들꽃들은 심으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심은 것이었지만
영산홍이 시들고
수수꽃다리가 마르고
공작단풍이 죽어갔다. 
작년에는 눈향이 마르고
형형색색의 상록패랭이가 점차 사라졌다.
어찌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원뜰은 그져 주어진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이웃이 준 철쭉과 라일락을 심는다.
비료를 준다.
물을 준다.
잡초를 뽑는다.
웃자란 가지를 친다.
반송 두그루를 앞뜰에 심었다.
호박돌을 여기저기 놓는다.
저기 단풍나무 밑으로 용케 자리를 발견하고
회양목을 가즈런히 심는다.
그렇게 원뜰의 응전과 도전이 시작된다.
늦가을의 길목에서
들꽃들의 마른 줄기를 뿌리만 남겨놓은채 자르면서 생각했다.
원뜰 전체를 놓고 다시 생각하자
원뜰을 재구성하자
틀밭을 놓자는 생각으로 진전된다.
그리하여 원뜰은 온통 들꽃들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칠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강원도 속초의 폐가에서 자기만의 들꽃공간을 마련한 쉰하나의 아줌마를 떠올린다.
목돈이 모이면
새집으로 이동하는 세태와 달리
단촐한 단독집을 궁리하여 고치며 살아온 이른다섯의 노인은 어떠했을까
과감한 변화는 내년을 기약하면서
올해는
할 수 있을 만큼의 시도를 차근히 준비한다.

댓글목록

박현민과 그의 벗, 마오님의 댓글

박현민과 그의 벗, 마오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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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언니님의 댓글

콩언니 작성일

매년 이맘때쯤부터 원뜰은 푸릇한 아름다운 힘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원장님과 선생들의 손 하나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이 가꿔진 원뜰은
모자의집 식구라면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그 수고와 고심 덕에 오늘도 우리의 원뜰은 햇볕 아래에서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