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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가의 열두달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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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4-28 11:33 조회1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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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시작되는 이 책은
체코의 철학가가 쓴 것이었다.
유럽의 한적한 동네에서 조성되는 뜰이라해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이 여리고 헐벗은 흙빛 정원에
그저 물 주고
잡초 뽑고,
흙에서 돌을 골라내느라 정신이 없다.

따스한 봄햇살이
원뜨락에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고르게 비추고 있다.
순간
나는 아득해진다.
저건 꽃사태다.
보랏빛 수수꽃다리가 지자
한무더기의 영산홍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자산홍이 피워나고
흰 철쭉이 자태를 드러냈다.
저기
마로니에의 파란 새순이 손바닥만큼 자랐다.
고염나무가 순식간에 짙은 녹음이 드리웠다.
언제였던가
삼십여년전 저자리에 막대기를 꽂듯
그렇게 심심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나무 한그루 심는 일은 집 한채를 짓는 일이라는 걸
알게된다.
원을 신축하면서
가을이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던
열그루의 은행나무를 잘랐다.
그리고 곳곳의 메타스퀘어를 자른다.
모퉁이의 무성한 버드나무를 자르자
그곳에 둥지를 틀었던
새는
텅빈 자리를 한바퀴 돌고 떠났다.
왜 그리 마음이 심란해지는지 몰랐었다.

오년전에 조성한 원뜰을 생각한다.
신축하고 개원하기까지 삼년이 넘게 걸렸고,
또다시
오년이 지나서야 겨우 황량한 원뜰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세번에 걸친 설계변경이 있었다.
어찌 보면
고작 콘크리트 마당을 부수고
흙을 보듬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기존의 원 신축설계를 정면으로 수정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설계대로 저 건물이 마당이 적용되었는지 살피었다면
이제
저 설계자체를 근본적으로 의문시하는 것이었다.
그 싯점은
탄핵으로 새정부가 들어선 시기였다.
문재인 캐어가 막 문을 열었다.

나는
오늘도 밭일을 생각한다.
죽었다 살아난 목련의 웃자란 가지를 자를 것인지
꽃이 진 철쭉을 가즈런히 칠 것인지
저기 심심한 곳에 호박돌을 놓르 것인지
햇빛이 잘 안드는 곳이라 맥문동을 심을 것인지 고심한다.
앞뜰의 한쪽에는 비비추를 더 심고
형형색색의 상록패랭이를 심고
시든 영산홍을 교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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