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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어머니들이 동네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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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5-08 16:20 조회2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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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원뜰은 들풀들의 냄새로 충만하다.
흐드러지게 핀 돌단풍 웃자란 잎사귀를 가즈런히 자른다.
월요일 아침
어머니들은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동네숲길 속으로 걷는다.
마른 잎위로
꽃무덤 길을 따라 걷는다.
연둣빛 잎사귀 사이로 봄햇살이 환하게 비춘다.
얼마만에 일인가
나의 살던 고향이 꽃피는 산골이었다면
비탈진 도시의 집이었다면
그것은
어린 시절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탈런트 김영철이었다.
피난민이셨던 부모님으로 인해 대구 남루한 동네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역 뒤편 비탈길 만리동 동네에 살다
꼬불꼬불한 골목길 옆으로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기에
후미진 비탈길을
백발의 그가 쉬엄쉬엄 걸으며 깊은 상념에 젖는다.
순간
숨이 차오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모처럼
홀가분하게 나섰지만 지 한몸 간수하기도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저기
쉼터에서 선생님들과 나란히 앉아 숨을 고른다.
바로
저기가 내가 살고있는 원이었다.
야트막한 산중턱에서 바라본 원은 성냥곽처럼 만만했다.
그렇게
나는 지나온 세월을 거리를 두고 지켜본 적이 있는가
가만히 생각하면
앞만 보며 살아온 세상이었다.
내 삶은 이다지도 구질구질할까
가슴팍에 못질하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러다
나는
발밑의 파란 풀잎을 본다.
지난 겨울을 용케 견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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