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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간호법은 고령화 시대 세계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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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모자의집 작성일23-05-09 09:39 조회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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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의료 수요 급증, 국제기구가 주목한 ‘구원투수’

 

 [왜냐면] 최정봉 | 의료윤리 비평가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2021년 5월 바이든 미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세계 주요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간호인의 역할과 비중 확대를 주장했다. 코로나19와 버거운 싸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진행해온 간호 인력 재평가의 결과였다.

 

코로나19 전부터 여러 국제기구가 간호 인력의 승격과 전진 배치를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보건 인력에 대한 투자’ 보고서(2019년)에서 “간호 인력에 대한 투자는 보편적 의료 보장 달성에 필수적”, 국제통화기금(IMF)은 ‘간호사들: 변화를 위한 힘’ 보고서에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 해결의 실마리”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거시 분석에 기초했다. 특히 세계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과 21세기 창궐하는 대규모 유행병에 주목했다. 저효율 고비용의 의사 중심 의료 체계로는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이는 전 연령층에 걸친 의료 위기로 발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간호 인력은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제기구와 세계 지도자들이 주목한 ‘구원투수’다. 저평가·저활용돼 왔지만 현 의료시스템이 보유한 최고 인적 자원이란 인식이다. 간호법도 의료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과정에 도출한 세계적 해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간호법을 특정 집단 수혜를 겨냥한 불공정 정책이라 칭하는 것은 부당하다. 보편적 의료 접근성과 효율 향상을 목표로 한 전 국민 혜택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핵심을 배제한 채 마치 의사·간호사 양 직군 간 먹거리 다툼인 양 몰고 가는 언론, 그리고 양비론이나 방관을 조장하는 수사학은 궁색하다.

 

간호법 논란은 20년 동안 진행해온 의료 효율 향상의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원격의료 도입, 의대 정원 확대 등 다각적 노력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시도했다. 그때마다 기득권을 쥔 의사 집단들은 반발했다. 오죽했으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 집단”이라며 “그들은 상습적으로 모든 변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탄식했겠나.

 

간호법이 통과하면 일반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있을까? 

첫째, 치료 접근성 향상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전문 간호사들이 1차 진료를 담당하면 의료 회전율이 개선된다. 

둘째, 경제성 향상이다. 간호사의 업무 비중이 커지면 전문의사 청구 비용보다 환자 부담이 줄어든다. 

셋째, 환자 소통과 치료 개선 효과다. 환자 밀착형 간호 인력은 우수한 소통으로 환자 입장을 반영한 서비스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 의료 인력 부족 해결에 크게 기여한다.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커질수록 전체 의료시스템의 부하가 줄어든다.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기형적으로 많고 병·의원 방문 빈도가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우리 현실에서 간호 인력의 확장적 재구성은 필수불가결하다.


법안 속 ‘지역사회’라는 용어에 의사협회와 몇몇 단체들이 “의사 진료 범위를 침범하고 간호사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포석이라며 발끈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업 의료기관이 회피하는 저밀도 의료 소외 지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결합해 고령자, 아동, 장애인, 저소득자 등을 위한 복지형 의료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간호법이 특정 집단의 밥그릇과 경제논리가 아닌 공공의 관심거리로 격을 갖출 수 있다.


회의론, 유보론, 점진론 등 여러 비판에서 수용할 부분도 많다. 먼저 간호 인력 교육 과정의 질적 표준화와 공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와 서비스 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감이 형성된다. 아울러 여타 의료 인력들과 업무 영역과 범위 문제에 대한 세밀한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역시 이런 간호 인력 역할 확장의 주요 주체다. 전문 간호사 없이 의사들이 기능할 수 없고, 간호 보조인력의 활약 없이 간호사들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다. 상생은 윤리적 지향이 아니라 현실의 지령이다. 의사-간호사, 간호사-간호조무사 관계를 경쟁과 대결로 바라보는 것은 모순이자 의료 윤리적 배임이다. 간호협회는 의사·간호조무사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포용적 지도력을 보여줄 때다.

 

의사협회는 그만 의료 독점권을 내려놓자. 대신 의료복지 향상과 탈중심화의 세계적 흐름에 기껍게 동참하자.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영웅적 서사는 대중가요 가사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출처 : 한겨레 사설.칼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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