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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햇살이 비춘 원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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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6-13 11:56 조회2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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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의 김매기 때를 놓치자
피고진 철쭉과 영산홍의 가지가 그 새를 못참고 웃자라고
맥문동 사이사이 잡초가 가득했다.
유월의 햇살은 그렇게 강력하다.
순간 아득해지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자라나는 옥잠화 잎사귀에 잠시 취했다.
탐스럽게 붉게 물든 장미에 아찔했을 뿐이다.
밭일은 몸으로 하는 것이고,
그져 아름다운 마음만 있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진득히 하나씩 하면 되는 것이다.
가만히 웃자란 가지를 친다.
마음을 가다듬고
맥문동 사이의 풀을 여러쪽으로 나눠 뽑는다.
복잡한 일에 직면하면
실타래를 풀듯 나누어 우선순위를 정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비추 꽃대가
원추리 꽃대가 우뚝 솟았음을 발견한다.
원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몸을 움직여야 겨우 실감한다.
유월의 한가운데
분홍빛 꽃대가
보랏빛 꽃대가 참 좋았다.
한송이의 들꽃에 불과한 것이지만
흐드러지게 핀 원뜰은 기막히게 우아하다.
그 옆으로 흰 옥잠화가 피면 가슴 한켠으로 쿵쿵거린다.
문득 유월의 햇살은 요란하다.
올해도 어김이 없이 기능보강사업이 시작된다.
하늘이 꾸물거리니 외벽 방수는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담당직원의 후원금 신청 착오로
원 내부공사 계획은 불가피하게 변경해야 한다.
시작도 전에 계획은 무산되고 난망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의 사업 일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은
어려운 살림살이로
주도적인 공사계획를 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이런게 생활의 지혜를 가져오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 원은 그때그때 필요한 공사를 찾아 생활상의 요구를 반영했다.
우선 원 외부 미관공사를 바꾸어 도서실 방음공사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다.
원입구 로비와
서비스과 천정공사를 하기로 한다.
사실은 원 입구의 로비는 원의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유로운 공간이 되고자 천정을 높였다.
고급타일을 손수 골라 바닥에 깔고 벽에 붙였다.
무언가 심심해서 조각상을 놓고 그림을 골랐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벽에 나무를 덧대고 조명을 달았다.
그러니 천정을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원은 그저 저렇게 서있는게 아니라
지금 여기의 원은 세월의 흔적뿐 만 아니라
노동과 수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원은 지금까지의 사고의 결론이다.
책장을 이동한다.
기존 개별상담실은 탕비실로 용도 변경한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지 기존의 계획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이런 식의 변화는
처음 있는 것이라 다소 혼란스럽고 미숙함도 드러난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진전이 있어야 하고, 구상 자체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사무실은 통합운영하기로 했지만
그건 몸만 이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배치에서부터 파티션과 전화선, 인터넷선도 새로 설치해야 하고
무엇보다 관리선생의 이동이 있다.
원의 경비실이 살아났다.
원 공간이 새로이 정비되고
이로써 원 조직체계는 정돈되고 안정을 찾는다.
견적서를 받고
예산을 점검한다.
그러자 다시 통합사무실의 천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왕지사 통합되었으므로 사무실의 변화가 새로워야 한다.
근무환경이 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져야 한다.
어디서 예산을 끌어올 것인가
생각의 실타래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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