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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삶을 지향한 노교수가 보길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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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7-20 14:32 조회1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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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십년전이었을까
땅끝마을 해남에 가서 배를 타고 호젓한 보길도 길을 걸었었다.
그곳 땅끝마을은 보국안민의 기치를 걸고 나선
동학군이 패퇴를 거듭하다 머문 곳이었다.
대흥사였던가
호기롭던 추사 김정희가 제주 귀향길에서 현판 글씨에 일침을 가했다
긴 귀양생활의 온갖 풍상을 겪은 후에
자신의 글씨체를 만들고서
그 글씨를 새롭게 알아보게 된다.
거기
보길도에 정년은퇴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초라한 삶을 살고자 보길도에 집을 짓고 소설을 쓰는 여든 무렵의 노교수를 본다.
첫 삼년은 혼자서 보냈고,
생활하다 어려운 일에 부딕치면
마을사람들은 손수 나서 해결해 주었으며
동네 어귀에서 커피를 마시면 몰래 계산을 하곤 했다.
나는
이 조그마한 어촌마을에서
어떤 우정과 환대를 느낀다.
그 노교수는
이 보길도에서 살며 어부사시사를 쓴 윤선도의 삶을 말한다.
해남 윤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약용의 기념비적 저작은 없었다고 했다.
윤선도 그는,
섬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김양식을 도입했고
간척사업에 나섯으며
그들의 애환에 큰 울타리가 되었다고 한다.
노교수는
없는 돈으로 가난한 어촌마을 사람들의 땅을 사주었고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살아간 한 인물을 추적한 소설을 썼다.
그 인물은 실제했던 친구의 큰아버지였다.
그는 대학시절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며 살았던 자신의 제자를 두고 모범생이었다고 추억한다.
그 미친 반역의 시절에
그것이 모범생의 삶이었던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얻은 결핵으로
남보다 늦은 4년후에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의 독서모임이 그에게는 대학의 의미였고,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궁뎅이로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나는
그 노교수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무엇이
고상한 삶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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