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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재탄생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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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8-11 10:53 조회1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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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하게 진행된 사무실 통합으로 공실이 된 서비스과 사무실을
도서실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한 귀퉁이에 위치했던 도서실이 로비 옆으로 이동하자 마침 햇빛이 드는 정남형이었다.
신영복이었다.
젊은 나이에 무기수가 된 그는,
겨울징역에서 신문지 한장 크기의 햇살이 존재의 이유였다.
거기다
공동식당과 가깝고
계단 옆이라 어머니들이 담소하기에도 참 편리한 곳에 위치한 것이다.
아이들도 신기한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관심이 나타나면
그동안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던 도서실에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것이다.
처음 설계도면대로 만들어진 것에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기에 급급했다.
아무런 공간 개념도 없었던 탕비실마져 생겼으니 무슨 살림장만한 것처럼 든든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현대식 색감을 살려 민트색 칠을 하고
천정과 조명을 바꾸기로 한다.
컴퓨터 두대도 창가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나무 테이블을 놓으면 어떨까 궁리한다.
그리하여 도서실은 북카페 형식으로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서실 개조작업을 서비스과에 일임한다.
처음 접하는 작업이라 허술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새가 부리로 자신의 둥지를 만들듯이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업무와 관련지워 공부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창출된 공간을 통해
자신의 일터에 대한 애착심도 한층 높아질 것이고,
업무의 성과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환한 공간을 중심으로 일층 전체를 놓고 조망해본다.
어떤 조화와 균형감이 새롭게 조성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것은
또한 원전체를 생활자 중심의 관점에서 새롭게 점검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건축물은 생활하는 사람을 세월에 따라 닮아가는 것이지도 모른다.
서투른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숙고와 수고의 흔적이 묻어나는
이 도서실이
나락과 절망의 한순간에서
자신을 수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어둠이 짙은 긴 터널에 섰을 때의 막막함처럼
자신이 직면한 현실을 침착하게 탐색하는 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등짐지고 걸어가는 고갯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길 기대한다.
칼 융이었다.
인도의 길바닥에서
허름한 좌판을 연 한 노인이 노을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에
경외감을 느꼈다.
우리는
누구나 누추함 속에서도 의젓함을 간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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