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관 로비를 개선하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원현관 로비를 개선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9-01 11:30 조회176회 댓글0건

본문

입추에 이어 처서가 지나자 원뜰에는
마로니에 마른 잎이 떨어진다.
그토록 뜨거웠던 기온도 한풀 꺽이고 흰 옥잠화 꽃대도 시들었다.
웃자란 황매화 가지를 친다.
돌틈 사이에 잡초를 뽑는다.
어느 순간 아스라한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원현관 로비였다.
원의 얼굴이라 애초 설계당시부터 신경을 썼다.
짓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무리해서 로비 공간을 마련하고 천정을 높였다.
새가 부리로 자신의 둥지를 세울 때 그 나무를 톡톡 건들듯이
정처없이 떠도는 가족들에게 어떤 안식처의 느낌을 갖도록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마감재의 일부를 변경하면서까지
로비 바닥과 벽에 고급타일을 깔았다.
그렇게 곡절많은 원은 만들어졌다.
너무 고생한 탓인지 원에 정이 가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뒷뜰의 나무가 되살아나자
원가족들은 여기 원에 문을 두드리고 몸을 의탁한다.
겨우 마음을 수습하고
원 로비를 차근히 바라본다.
따스한 조금자리로서의 원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그제서야
공간 한쪽에 조각상을 놓고
그림을 붙인다.
늘푸른 화분을 가즈런히 놓았다.
어설프다 싶었지만
타일벽에 원목을 붙이기로 한다.
천정에는 시스템 냉장을 설치하여
여유로운 공간이 되고자 한다.
도화지에 그린 그림은
망치면 다시 그리면 되지만
건축물은 간단치 않다.
이번에 텍스 천정을 타공판으로 바꾸기로 했다.
원목벽과 일체감을 갖고자 한다.
비로소
로비는 어떤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원 로비는 시차를 두고 하나씩 바꾸어 갔다.
간단한듯 싶은
저 로비에는
지향코자 했던 숙고와 수고의 두께가 있고
세월의 무게가 있고
시간의 깊이가 아로새겨져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