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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사무실 책상에 스탠드를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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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9-11 11:50 조회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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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처음으로 책상에 스탠드를 놓았다.
원 신축을 하고서 북쪽에 위치한 사무실에 처음 앉았을 때의 낯선 느낌이 순간 차오른다.
새로 시작하자는 생각에서
여장을 풀듯
그동안 묵혀두었던 책들을 풀었고
몇해동안 진행되어 쌓인 소송자료 몇상자분을 정리했다.
그해 겨울은 너무나 추웠고,
얼마 높이지 않은 천정 높이때문에 이정도인가 생각했다.
그게 벌써 십년전의 일이었다.
바로 전기난방기 두대를 설치했다.
아무튼
나는
이 낯선 풍경
낯선 공간에 적응하고자 애썼다.
그렇게 원생활을 시작했다.
주어진 환경에 맞추는 것에 익숙하여
자기식으로 개조하는 일에 있어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볼 것인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화분들이 동사했다.
우두커니 사무실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였지만
그것은 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수습하고
제주도를 여행하고 사온
추사의 글과 그림을 벽에 붙였다.
그것은 제주 귀양살이의 고독하고 고단한 삶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화주의자였던 추사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기체를 척박한 땅 제주에서 구현한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붙인다.
스물여덟의 청년은 스무해 동안 영어의 생활을 하면서
민중적 삶을 터득하고
성찰했다.
세월은 흘렀고
연합회 일에 몰두하면서
연합회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참고했던
그동안 쌓인 자료와 책을 정리한다.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가 자문한다.
부족했고 서툴렀지만
한부모가족 전체를 놓고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정권교체는 이루어졌고
한부모복지에 대한 진전이 조금씩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사무실의 두 창을 이중창으로 교체하고 단열벽으로 보강한다.
너저분하게 쌓인 책들에 눈이 가자
소파를 치우고
새로이 책장을 놓고 원탁테이블을 놓았다.
오디오를 바꾼다.
저 텍스천정과 형광등을 어쩌면 좋을 것인가
원 로비를 개선하면서 타공판 교체를 결정했다.
고리타분한 분위기를 바꾸고자 막대 식탁등을 놓았다.
그러면서 책상 위에 스탠드를 장만한다.
이 작은 스탠드가 켜지자 사무실 공간은 갑자기 환해진다.
이 순간
옥수동 단칸방 이백에 칠만원 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젊은 미용사 부부를 떠올렸다.
그들 젊은 부부는
달동네의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가게를 얻고
아이를 얻고
살림을 넓혀갔다.
오로지 그들의 자립하는 힘이었다.
그러므로
이 공간은 세월과 함께
적응과 도전,
숙고의 두께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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