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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연운정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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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4-10-23 09:58 조회1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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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박사님
고층 골방에서
가을비에 마음길을 잃고
앙가슴 두드리며
탄식하시는지요
나는
사무실에서
멕시코 이민자 존바이즈의
노래를 들으며 따듯한 커피를 마시고 있지요
전기난로를 켜고
패딩을 입었지요
스물넷의 처자가 쓴
여수의 사랑을 들추고 있습니다.
한 강은 그 시기 젊은 작가들의 집단무의식인 우울과 좌절을
대변한다고 했습니다.
누추한 영화관에서 죽은채 발견된 시인 기형도를 호출했지요
선생은 스물넷에
어찌 살았는지요
나는
낯선 첫징역을 다녀오고
원 신축에 나섰어요
엄중한 집안일이었고,
이무도 나설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인부와 싸우는 걸 보신 아버님은 사람이 징역에서 버렸다고
하셨고,
어머니는 다 큰 인부들을 부리는 걸 보시고 컸다고 든든해 하셨어요
신축은 사실
난관의 연속이었지요
밭으로 되어있던 지목을 변경해야 했고,
그곳이 풍치지구인 것을 처음 알았어요
거기다 도로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유지의 승락서가 필요했어요
한번도 보지 못한
한권의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막무가네로 막 읽고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건축일은 까막눈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집안의 모다구 하나도 박지 않았지요
구가옥을 철거하고
땅을 파고 지하실을 만들면서 건축공정이 저렇게 이루어짐을 하나씩 알게 됩니다.
그러다
시공사는 부도를 맞았고
공기는 엿가락처럼 늘어졌어요
그 당시 평당 건축비가 43만원이었으니 얼마나 오래전입니까
이층부터 콘크리트 공사에는 질통을 졌지요
완성하고 나니
지하실이 새고
고베를 잡지 못해 화장실이 내려가지 않았어요
천정은 너무 낮아 답답했지요
그제서야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져리게 실감했어요
선생의 광천집을 보다
예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선생은 저 땅을 지목하고 샀을 때
낡은 가옥 하나만 있는 허허 벌판이라 했지요
그 때
개나리를 심었는데
그게 집에서 키우는게 아니라고 했어요
나무 한그루 심는 것은 집 한채를 짓는 일이라 했습니다.
값도 싸고 잘 자라는
은행나무 여러 개를 원 주변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나는
문래동 마찌꼬바에 들어갔지요
그 해였나요
선생이 화곡동 아파트 독채를
얻은게 말이오
그 때
방위를 막 제대했나 했지요
아련한 시절의 기억들입니다.
그만큼
세월은 흘러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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