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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아침이 원뜰에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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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4-12-18 11:30 조회1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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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치서 마로니에가 우두커니 서있고
원 뜰은 적막합니다.
이 주가 지나서 겨우 원 화장실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앞 뜰의 나무에 성탄 트리를 하고,
준공 검사가 있고
몇 개의 공문을 결재를 한 오늘은 구청의 지도 점검이 있습니다.
나는 웅산을 듣습니다.
지난 이 주 동안 나는 내란의 소용돌이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사태의 진상을 재구성하고자 안간힘을 다합니다.
내란의 계획은 청와대 이전으로 거슬러올라 갑니다.
그 중심에 방첩사가 있습니다.
세상의 도처는 어수선하고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이런 기막힌 구상을 하고, 실행한 저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80년의 광주였습니다.
그것은 내 삶 전체를 바꾸어 놓아습니다.
그 해 봄,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가 마음을 흔들고
라일락 꽃향기가 있는 교정에서
까만 머리
반짝이는 눈
오똑 선 코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은 막내딸 또래의 한 여자를 마주합니다.
송창식이었지요
향군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힌 그는 한 여자에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스무살의 그 여자는 대낮처럼 강렬한 감정을 어찌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국민의 군대가 국민을 학살한 광주의 참상 앞에
나는 분노했고, 좌절합니다.
이런 속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김지하의 시를 마음에 투영하고, 절규했습니다.

'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모두들 끌려가고 서투른 너 홀로 뒤에 남긴 채
먼 바다로 나만이 몸을 숨긴 날
낯선 술집 벽 흐린 거울 조각 속에서
어두운 시대의 예리한 비수를
등에 꽂은 초라한 한 사내의
겁먹은 얼굴
그 지친 주름살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토록 어렵게
사랑을 시작했던 날
 찬바람 속에 너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
 두려움을 넘어
 너의 얼굴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바라보던 날 그날
그날 너와의 헤어짐을 죽음이라 부르자
 바람 찬 저 거리에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의 하늬 꽃샘을 뚫고
나올 꽃들의 잎새들의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
못 믿는 이 마음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니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저 모든 눈빛들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아 1974년 1월의 죽음을 두고
우리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자
온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네 손과
내 손에 남은 마지막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예순이 넘은 나에게
이런 현실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바람이 불듯
또다시 닥칩니다.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이 있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안간힘으로
사태의 진상을 직면하여 재구성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에
작가 황석영은
아름다운 개인을 발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요동치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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