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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중반의 농부는 다랑논에서 내년 농사할 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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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2-11-02 12:01 조회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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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아침에
원뜰의 돌단풍을 다듬는다.
작년 이맘때
저 돌단풍을 처음으로 뿌리만 남긴채 잘랐지만
이른 봄에 삐죽 새싹을 틔우자 참 황홀했다.
어제였다.
육십 평생을 지리산 산비탈을 일궈 다랑논과 함께 한
노부부를 만났다.
푸른 시절을 그 논 속에서 흘러보내고
그 논으로 다섯 자식을 키웠다.
예순 중반의 아들은 이제 좀 쉬라고 한다.
비가 온 뒤에는
논을 살피고
자식처럼 자라는 작물에 흐뭇하고
수확한 논에서
내일을 기약한다.
수확물의 일부는
산새들과 나누고
산짐승들과 나눈다.
거기에는 정직한 노동만 있었고
감사하며
족함을 알고
나누는 삶만 있었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세월을 따라 반복하지만
농사는
언제나
새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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