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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날, 맥문동을 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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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2-11-23 15:56 조회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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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전
버려진듯한 뒤뜰을 흙으로 메우면서
볕이 잘 안드는 후미진 이곳저곳에 맥문동을 심었다.
그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저 들꽃이라 생각하다
이년전에 뿌리만 남긴채 잘랐다.
그러다 해를 넘기자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고
보랏빛 꽃을 늠름하게 드러냈다.
그렇게 이년이 지난 지금
맥문동을 하나씩 자르기 시작했다.
여든여덟의 노파였다.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에서 일렁이는 파도따라
이곳에 정착하여
맨손으로 밭을 이루어 자식 넷을 키웠다.
예순일곱의 아들이 온다고 하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밥도 먹지 말고 오라는 어머니는
혼자서 나물을 무치고
계란을 부치고
오징어을 볶는다.
도착한 아들은
집에 들어서자 바로 농기구를 잡고
밭으로 간다.
이것이 평생 흙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다.
가을은 깊어지고
낙엽처럼 쌓인다.
마른 감잎이 툭툭 수북히 쌓인다.
저 붉은 감 하나는 산새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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