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담을 쌓고 두가지 일을 하며 할머니를 부양하는 스물한살의 어린 여자가 있다.
누군가를 등쳐 먹고 살아야 사채를 갚으면서 근근히 산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어떤 곳일까
부인은 변호사이고 자신은 대기업 부장이면 잘 나가는 특권중산층 아닌가
홀어머니는 아들 셋을 키웠고
지금도 변변치 못한 두아들 밥을 한다.
거기에는 오래된 동네가 있고
산비탈이 있고
어릴적 친구들이 살고 실연의 아픔이 있는 동네선술집이 있다.
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커온 이는
무슨 삶의 무게로 인해 출가한 것일까
대기업을 다녀본 적이 없는 나는
그 회사풍경이 낯설다.
언젠가 미생을 보며 그 메카니즘을 어렴풋이 이해코자 했다.
계약직 대표와
승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이제 잡일들은 모두 파견직에게 맡기는 세태인가
나는
마음이 꼭꼭 닫혀버린 한 어린 여자가
도청을 통해
중년 남성을 추적하며 마음을 여는 과정을 숨죽이며 바라본다.
모두가 돌아앉아 있는줄 알았지만
비틀거리며
등이 휠 것 같은 한 중년 남성에게서 보드라운 인간 냄새를 맡는다.
무너질듯
무너지지 않는 한 인간의 품위를 본다.
그리하여 스물하나의 어린 여자에게
순간
황금시대가 도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