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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흘리 적막강산에는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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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2-12-28 10:42 조회61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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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여년 전에 실향민들이 징착한 이 마을 흘리는
일년 중에 육개월이 겨울이다.
눈이 오면 마을은 고립되고,
겨울에는 마을의 사람들이 속초에 나가 살기도 한다.
동해에 떠오르는 붉은 해가 장관인 곳이다.
바람과 눈이 있고 희미한 날씨가 있어 황태 덕장이 최적이다.
일주일씩 눈이 오고
집 앞 눈을 트랙터로 치우는 이곳에서
집집은 비상식량을 수북히 쌓아놓았다.
겨울을 나고 집에 온 사람들은
먼저 피망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늙은 아버지가 농사하는게 못내 마음에 걸려
중년의 아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땅에 정착했다.
그것이 안스러운 늙은 팔순의 노모는 아들의 끼니를 걱정한다.
거기 흘리 마을 외딴집에 소리없이 눈이 내린다.
하이데거였다.

  깊은 겨울 밤
  사나운 눈보라가
  오두막 주위에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뒤덮을 때야말로
 철학을 할 시간이다.

댓글목록

콩언니님의 댓글

콩언니 작성일

흘리라는 마을의 이야기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의미가 무엇일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실향민의 마을인 이 곳은 눈을 치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일지도 모른다.
혹시 모를 고립에 비상식량을 채워놓거나
잠시 속초로 떠나기도 하며 겨울을 나는 그들의 삶을 마주한다.
새로운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터득한 삶의 방식이니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는 늙은 부부가 있었고, 중년의 아들이 있다.
늙은 부모 걱정에 고향땅으로 정착한 중년의 아들이다.
또 한 명의 실향민이 생긴다.
그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인다.

예기치 못하게 내려오는 눈은
어쩌면 내 삶의 고난이며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그 고난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고통스럽게 성찰해야 하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