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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에는 세자매가 만드는 칼국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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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1-02 10:02 조회1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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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김애란이었던가 

평생 칼국수집을 운영하며 가족을 건사한 어머니 이야기가 있다.

한 중년 사내가 칼국수집에 들어왔고, 

조용히 앉아 김이 모락나는 칼국수 한그릇을 덮는다. 

그러자 잠시 후에 중년 여성이 도착했다. 

어머니는 그 장면을 어떤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 

여든넷의 노인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칼국수를 팔며 딸 셋을 키우셨다. 

그것을 이어받아 세자매가 사이좋게 운영하고 있다. 

새까만 새벽에 나가 한밤에 들어오는 고단한 일상이지만 화목하다. 

어머니가 지금껏 살아계신다면 올해로 백살이 되신다. 

이제는 함께 살아온 세월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많다. 

스물일곱의 꽃다운 나이에 두딸을 데리고 만삭의 나이로 일사후퇴 때 배를 타고 거제도에 도착했다. 

갖고온 이불을 팔아 떡장사를 하셨다. 

각박한 객지의 삶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양실조로 첫딸을 잃는다. 

그런 어머니는 서울에 올라와 남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셨다. 

아무 것도 없었던 월남인들은 사람들이 모이고 물건이 모이는 시장통에 나가기 마련이다. 

어머니는 만주 용정 땅에서 태어나셨다. 

나는 이제서야 그 신산한 삶의 이력을 떠올린다. 

새해 아침은 이렇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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