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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마을 용강리에는 할머니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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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1-03 10:05 조회1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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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의 마을인 용강리는 시골버스길로 세상과 연결된다.
한강과 예성강이 합해져 서해로 흐르는 곳에 위치하여 개성과 마주한다.
강원도 땅처럼 물 맑고 공기가 좋으며 인심이 따뜻하다.
시골버스는 이 동네 저 동네에 안부를 물으며 끝자락 용강리에 도착한다.
여든 하나의 노인은,
피난길에 피난민을 만나 육십여년을 살았다.
스물하나에 저고리 하나가 전부인 이를 만났으니 그 고난의 세월이 어떻겠는가
이엉을 엮으며 딸을 낳고
새끼로 가마니를 짜며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이제 살만하니 늙었다고 했다.
예순 하나의 며느리가 딸자식처럼 시어머니한테 와서 김장을 한다.
추운 노천을 아랑곳하지 않고 배추를 절인다.
시어머니가 추울까봐 나무를 한다.
이 마을에서 가장 어린 이가 쉰일곱의 사내였다.
대처에서 대학까지 나와 이곳으로 다시 귀향했다.
야생에서 닭을 키운다.
늦게 나와 시골길의 눈을 치우다
어린애처럼 타박을 받는다.
함께 늙어가는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서로가 위로인 그들은
일을 많이 한다고 걱정한다.
하나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산다.
자신의 탐욕으로 주변을 거꾸러뜨리고
오로지 부를 쫓다 모래성이 된 이 도시의 삶에서
나는
오래된 누옥처럼 빛바래고 스러져가지만
인심 많고
서로가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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