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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땅 안도전 마을에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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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림 작성일23-01-04 15:59 조회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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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이 합쳐진 땅 정선 깊슥히 안도전 마을이 있다.
백두대간의 등뼈에 해당하는 이곳은 겨울내내 눈이 내린다.
지붕도 치우고 인가를 잇는 길도 여러번 눈을 치워야 겨우 걸을 수 있다.
어찌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가
일흔여덟의 노인이었다.
저 산비탈의 돌밭을 일궈 열 남매를 키웠다.
쇼펜하우어는,
저기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조차 맹목적인 삶의 의지라 했던가
나는
작년에 만해문학상을 받은 정성숙의 호미를 떠올린다.
자기 땅 없이 품팔이하며 맨손으로 일군 산비탈 돌밭의 고추밭이었다.
그곳에는 첫아들이 묻혀있고, 영감이 묻혀있다.
혼자서 사는 삶이지만 농부의 삶은 고되고 잠시도 헛되게 보낼 수 없다.
동네 점방에서 막걸리를 사서 모처럼 산비탈 고추밭으로 향한다.
어제 밤이었던가
잠결에 둘째 아들 전화가 있었고
산비탈 쪽으로 길이 난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 한몸 주체하기 힘든 삶이었기에 자식들에게 무슨 호사가 있었겠는가
또한 대처에서 사는 작은 아들에게
그 산비탈 땅은 없는 살림에 어떤 횡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작은아들은 쓸모없는 고추밭을 팔겠다는 통보였다.
그러나
그곳은 자신의 서러운 청춘이 서린 곳이었고,
큰아들을 내세워 맨손으로 돌을 고르며 일군
삶의 일부였다. 아니 삶 자체였다.
그 노인은
밭을 갈다 지친 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꿈결에서
영감을 만난다.
그런 안도전 마을에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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